조수민
서울시발레단은 제 취미의 지평을 열어주었습니다. 공연예술을 좋아해 뮤지컬, 연극,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을 쫓아다니곤 했지만, 언제나 발레는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충동적으로 세종시즌을 구매하고 볼 공연을 고르던 중, 우연히 마주친 데카당스 포스터에 빠져 서울시발레단과의 인연을 아직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금 더 일찍 알걸, 이라는 후회가 언제나 밀려올 정도로 매 공연마다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데카당스 때는 체어섹션의 안무와 음악이 너무 좋아 유튜브를 싹싹 뒤져 외국무용단의 영상을 돌려보고, 티저 영상을 수십번 시청했으며, 지난 워킹매드/블리스 때는 황홀감에 젖어 끝이 났음에도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지난 공연 이후로는 주변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연을 홍보하고 추천했고, 실제로 관람하고 온 친구들의 후기를 들으며 제가 더 뿌듯해 했습니다. 이번 더블빌 공연도 관람했는데, 발레와 라이브 세션의 조화로운 만남과 피아졸라 탱고의 아름다움이 환상적이었습니다.
공연 이후에는 서울시발레단의 시즌 무용수들에게도 관심이 생겨 올려주시는 브이로그들, 홍보영상들을 보며 내적 친밀감을 쌓곤 했습니다.
비단 안무 뿐만 아니라 의상, 소품들까지도 볼 거리를 제공해, 내가 이 돈을 내고 이렇게 좋은 공연을 봐도 되는 것일까 언제나 죄송한 마음일 뿐입니다.
서울시 발레단은 제 취미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상경해 대학을 다니며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 방황했던 2024년을 청산하고, 공연을 볼 수 있는 심적인 여유를 나타내는 것이 발레인 것 같습니다. 대학생 신분으로 발레를 보러 다니는 사람이 몇 없다보니 누구는 교양인 코스프레냐, 유식한 척 한다 했지만 저는 이미 이 깊은 애착과 유대감으로 묶여버린 것만 같습니다. 서울시 발레단이 추구한 현대무용과 발레의 만남처럼, 일개 관객인 저 역시 이 발레단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깊이 섞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연 이후에 기억이 휘발되는 순간이 제일 아쉽기만 합니다.
남은 데카당스 야외 공연도, 더블빌 공연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매일매일 열심히 연습하시는 무용수님들의 노력을, 무대를 꾸미시는 각종 스태프 분들의 노고를 알기에 더욱 감사합니다. 제 취미생활의, 대학생활을 한 층 더 즐겁게 꾸며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2025-08-30